지성

엔도 슈사쿠의 동물기

huuka 2018. 7. 25. 21:00

<엔도 슈사쿠의 동물기 >

엔도 슈사쿠 /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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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는 마른 날의 단비와 같은 은혜로 나를 위로하시고 채우신다. 우리는 더 많은 것, 더 큰 것을 꿈꾸지만 하나님께서는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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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는 내게 사랑이다. 엔도의 신간소식을 듣고 참 읽고 싶었다. 하지만 여의치 않은 사정으로 알라딘 장바구니에 담아 두고만 있었다. 오랜만에 친구가 연락이 와선 뜬금없이 정말 뜬금없다. 전혀 예상밖의 말. "너 도서장바구니 나한테 보내봐." 신대원시절부터 도서장바구니를 채워두고 돈이 생길 때마다 책을 구입하던 나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알라딘 장바구니에는 6권의 책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엔도는 내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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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의 동물기는 엔도의 삶에 함께한 동물들의 이야기와 식물의 이야기가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로 기록되어 있다. 그의 문학은 어머니로 인해 믿게 된 몸에 맞지 않는 옷과 같은 기독교와 어린 시절 다롄에서의 검둥이와의 이별이 양대 산맥이 되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둥이는 불화한 어머니와 아버지와의 관계속에서 유일무일한 위로자였다. 그럼에도 이혼하게된 어머니를 따라 일본으로 돌아오게 될 때 버려두고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엔도에게는 자신을 위로한 유일한 존재를 배신한 배신자라는 가책을 남기게 했다. 그 가책은 그의 삶에서 만나는 많은 동물들에게 남다른 애정으로 작용한다. 개. 고양이. 원숭이. 물고기. 구관조.... 특이한 동물에 이르기까지 엔도가 동물들을 사랑한 것인지 동물들에게 유독 사랑을 받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동물사랑은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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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의 동물기는 문학가 엔도가 아닌 인간 엔도를 만날 수 있는 좋은 길잡이가 된다. 동물을 통해 사회를 풍자하고 동물을 통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속내를 털어놓는 그의 삶의 자리로 우리들은 초대된다. 그의 문학세계 밑바탕에 자리한 다롄에서 이별한 검둥이의 눈동자는 가책이라는 이름으로 내내 그와 함께 했으리라. 누구나 겪을 수 있고 잊을 수 있는 일이지만 엔도는 그 일을 기억했고 그 일을 자신의 삶의 흔적으로 간직했다. 이 책은 그런 엔도가 담겨있다. 더불어 엔도만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삶의 위트와 여유도 느낄 수 있다. 엔도에 관심이 있고 엔도를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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